일상/여행

망한 제주도 여행기 - 1

sseram 2024. 2. 2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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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 즈음.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다가

 

 

- 회사에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연차가 많이 (6일) 남아있다.

- 다른 사람들은 다 바쁘다.

- 해외여행 갈 만큼의 돈은 없다.

 - 더 나이먹기 전에 한라산을 한번 쯤은 가봐야겠다.

 

 

라는 네 가지의 생각이 갑자기 들어

 

 

한라산 등반 겸 제주도 여행

24.02.19 ~ 24.02.22

 

을 야심차게 계획했다.

 

 

 

비행기 + 숙소 + 렌터카 + 한라산 예약 및 장비 대여를 생각나자마자 이틀만에 모두 처리.

계획한 일정은 아래와 같다.

 

 

첫날 도착하여 렌터카 대여 / 숙소 가서 짐풀기.

둘째 날 한라산 성판악 코스 등반.

셋째 날 정처없이 그냥 돌아다니기.

넷째 날 집으로 컴백.

 

 

뭐 돈들고 가는데 별 큰일이라도 있으려나...

식당은 그냥 돌아다니다 맛있어보이는 곳 들어가고, 카페는 그냥 바다 근처 이뻐보이는 곳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계획했고, 재밌을 것 같아 꽤나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출발일

버근가?

 

 

공항 리무진을 타고 김포공항을 가는데.. 밖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며

 

 

 

저런 날씨때문인지 비행기 연착까지 됐더라.

아, 저렇게 14:10으로 미루고서, 결국 30분정도 더 연착되었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타고 출발하면 되지.

 

공항 직원분들의 인사를 받으며 여튼 비행기는 떳고

 

 

떳...

2 버근가?

 

뜨긴.. 떳다...

 

 

랜더링 오륜가?

 

아니 어케떳냐.

 

환상적인 뷰와 함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근데 진짜 신기하네. 앞이 하나도 안보이는데 어떻게 뜬거지?

 

 

 

 

 

그래도 좀 가다 보니 구름이 줄어드는게 느껴졌고, 안심하며 잠들었다.

 

 

 

잠시 후 제주 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일어나 창밖을 보니

 

이렇게 한라산이 보이더라.

뭔가 뭉게뭉게 솜 같은걸로 둘러쌓여있는 한라산.

곧 도착하겠구나. 내일 저기 등산했을 때 백록담 보엿으면 좋겠다. 분명 그런 생각을 하며 착륙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실제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고 10여분 후,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늦어진다는 안내방송이 다시 나왔다.

 

그로부터 5분정도 후, 다시 안내방송이 나왔다.

 

 

'제주도 현지 날씨 상황이 좋지 않아 김포공항으로 회항합니다.'

 

?

?????

?????????

 

 

 

와....

 

저 안내방송 나오자마자 바로 비행기가 시끌시끌해졌다.

나는.. 허탈해서 이게 뭔가 하며 넋이 나가있었고.

몰카인가? 이런 생각도 하고...

 

아마 당시 분위기를 생각해 보면, 나와 같이 비행기를 탔던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진짜?'

'뭐야 거짓말이야?'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어떻게 되긴.. 진짜로 비행기가 돌아서 서울로 다시 날아가더라.

 

 

 

승무원분들이 이거라도 드시라고 코코볼 바.

겨우 이런걸로 날 설득할 샘이냐! 라고 하기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단 1도 없없다.

 

 

어쩌겟냐. 말을 들어 보니 우리 비행기만 회항한 게 아니라, 그 시간대의 모든 비행기들이 무더기로 회항했다고 한다.

 

 

 

그래. 이런 날씬데 무슨..

 

 

운명을 받아들이고 가만히 비행기 좌석이 몸을 뉘어 사고를 정지하자

 

 

 

 

 

어느새... 다시 김포공항에 도착해, 수하물로 붙인 캐리어를 수령한 채 멍하니 앉아있는 내가 보였다.

 

집에서 출발한게 10시 20분.

김포공항에 도착한게 11시 40분.

그리고....

김포공항에 도착한게 17시 08분.

 

야 아무리봐도 이거 버그인것같은데. 논리가 말이 안된다 이거...

 

 

결항된게.. 많긴 하드라...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그냥, 김포공항 안에 있는 햄버거집 들어가 세트 주문시키고 배를 좀 채웠다.

 

 

 

 

 

 

그리고 결항되었다는 안내메시지.

결항 확인서를 가지고 제주도에서 예약한 모든 렌터카, 게스트하우스, 한라산 장비대여, 돌아오는 비행기.

모두.. 일단 환불을 받았다.

 

환불받으며 저녁도 대충 먹으먹고 멘탈을 회복하니 갑자기 억울하더라.

나도 여행가고싶었는데. 이대로 집에 돌아가기는 너무 억울해서

 

 

부산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리고 탔다.

 

 

여기가.. 제주 공항인가?

 

 

 

그리고 도착했다.

 

여기가... 제주도 바다?

 

 

 

 

 

어쨋든 그렇게 됐다.

 

 

집에서 나온지 11시간.

드디어 망한 제주도 여행이 제대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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