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메모장

좀 많이 늦은 깻잎논쟁

sseram 2023. 6. 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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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논쟁?

 

내 애인과 친구들이 단체로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있다. 그때 옆에서 이성 친구가 깻잎을 못 떼서 낑낑대고 있으면, 나는 그 친구를 도와줄 것인가?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한동안 사람들이 열심히 토론한 적이 있었다. 가만히 놔둬야 한다, 어떻게 그걸 떼 줄 수 있느냐 파. 그냥 떼 주자,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느냐 파가 서로의 생각을 이해 못 하면서 싸우더라.

일단 나는 별생각 없이 떼 준다는 파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시작한다.

결국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무의식적으로 본인 기준으로 생각한다, 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나의 인생밖에 살아보지 못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남의 인생, 남의 생각을 판단할 때의 기준을 나로 잡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상대방에 처지에서 생각해 보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었으면 어떨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생각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위에서 주어진 상황에서도 '나' 를 대입하지 않을까?

깻잎을 못 떼고 낑낑대는 나. 깻잎을 떼 주는 나. 깻잎을 떼 주는 연인을 보는 나.


별생각 없이 떼주는 나의 관점으로 보면, 위에 행위는 그렇게 큰일이 아니다. 그냥 앞에서 힘들어하길래 도와준 거다. 만약 내 애인이 그렇게 도와줬으면 '도와줬구나~' 하고 넘어 갈 테고, 내가 못 떼고 있었다면 '아 고맙네.' 이 생각을 하고 넘어갈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떼 주면 안된다고 하는 사람들의 도와줄 (내가 그들이 아니니 상상으로밖에 할 수 없지만) 위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상황일 것이다.


앞에서 깻잎을 떼지 못해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고 깻잎을 떼 준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으니 항상 그 사람을 바라봐서 곤경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나는 그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으니 깻잎을 떼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와 준 것이다.
내가 깻잎을 떼지 못하고 있던 당사자라면, 내가 힘들어하고 있는 걸 이 사람이 어떻게 알고 딱 도와줬는지 궁금해 할 것이고, 이 사람은 평소에도 나를 신경쓰고 있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다.
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내 앞에서 다른 사람의 깻잎을 떼 준 나의 애인은 나와 밥 먹고 있는데 다른 이성에게 집중한 천하의 나쁜 놈이 될 것이다.

결국 첫 번째 도와줄 해당 상황을 만나면 별문제 없이 깻잎을 쓱 떼어주고 상황이 종료될 것이다. 두 번째 열심히 토론한 해당 상황을 만나면, 서로서로 배려하여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직접 도와달라고 말을 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상황이 종료될 것이다.

다만 문제는 우리는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보통은 첫 번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두 번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 모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런 깻잎논쟁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면 보통은 서로의 생각을 이해 못 하고 싸우게 되는 게 문제 아닐까? 결국 본질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거겠지?

이렇게 글을 썼으니 결론을 내야 하는데... 내기가 좀 애매하다. 애초에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논쟁하는거니까.
내자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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